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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아 수십층 빌딩서 농산물 생산, 스마트폰으로 농사”
등록날짜 [ 2015년04월27일 10시34분 ]
배재대 시설원예학부내 식물공장. 건물 내에서 인공 조명을 통해 작물을 키워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포미에 교수가 몇 년 전 뉴욕 맨해튼에 30층짜리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만들어 5만 명을 먹일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이 수직농장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태양 바람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 쓰는 시스템을 상정했다.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설원예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배재대 원예조경학부 민병훈 교수는 “머지않아 농산물을 생산하는 빌딩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 이유로 인구 증가를 꼽았다. 2050년 세계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서면 경지 면적이 줄어드는데다 그 면적의 80%마저도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인 가축의 사료용으로 쓰여 수직 농장이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것.


배재대 원예조경학부는 채소와 과일 화초를 다루는 원예전공,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는 조경전공으로 나뉜다. 두 전공은 융복합 시대를 맞아 선진국형 미래 학문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선 선진국에선 안전한 먹을거리와 원예, 좋은 전원주택이 주요 관심사다.


김종윤 교수(화훼전공)는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이 원예에 접목되고 있다”며 “스마트 폰으로 농사짓는 날이 멀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토양 속의 수분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물을 주는 자동관수 시스템과 빛을 제어하는 조명센서 등을 이용한 무인 식물공장이 가능하다는 것. 실제 네덜란드에서는 화훼 재배에 무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식물재배 데이터, 즉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배재대는 학생들에게 이런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첨단강의방법인 스마트-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화상과 음성으로 녹음한다. 때문에 학생은 편리할 때 복습할 수 있다. 또 교수가 사전에 강의 내용 일부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놓아 예습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교수들의 반대가 심했다. 지금은 원예조경학부를 비롯해 상당수 학과에서 정착됐다. 동영상 강의는 KOCW(Korea Open Course Ware)에도 올라간다. 교수 간의 경쟁도 부추겨 충실한 강의를 유도하고 있다는 평. 이 시스템 덕분에 요즘 군에 입대한 학생들도 한 학기에 4학점까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 학부의 또 다른 강점은 실무형 교육. 원예 분야의 HACCP 팀장 자격 인증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실습교육(Work Place Learning)도 강화했다. 조경 분야는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 예컨대 장애인을 위한 숲 체험이라든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대상 숲 해설, 숲 치유 프로그램 등을 꼽을 수 있다.


서병기 학부장은 특히 현장을 강조한다. 그가 강의하는 2학년 과목 ‘조경학의 이해’에서는 학교 뒷산 도솔산과 주변 갑천의 생태환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경학이라는 게 먼저 나무를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 자라는 나무 800여 종 가운데 200종은 알아야 한다. 도솔산은 높지는 않지만 식생자원이 풍부하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6개 팀으로 나눠 발표를 하게 한다. 학생들은 동영상으로 나무를 찍고 자막까지 넣어가며 팀별로 발표한다. 자신들이 찾고 함께 공부하며 발표한 것이라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효과가 높다. 이런 스토리텔링식 발표 수업은 나중에 숲 해설사가 될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서 교수는 인성교육과 학생과의 소통에도 힘쓴다고 강조했다. 배재리더십, 전공과 진로 등을 정규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외에도 전공 동아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임민수 씨(4학년·원예전공)는 ‘홀가분(Horticulture-Gardening-盆)’ 부회장. 글자 그대로 원예 동아리다. 매주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학교 농원과 온실에서 꽃들과 채소 등을 심으며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을 반복 학습한다. 회원은 55명. 요즘은 장미허브와 바질 등 계절에 맞는 허브를 심고 생육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임 씨는 “수업 때보다 학생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김종윤 교수의 지도 아래 학교 주변부터 ‘게릴라 가드닝’도 계획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에 지저분한 지역을 골라 예쁜 꽃들을 심어 그 지역을 환하게 밝히자는 취지다. 먼저 학교 주변부터 시작해 대전지역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농촌진흥청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농촌지도사를 꿈꾸고 있다.


신재윤 씨(3학년·조경전공)는 ‘숲 해설’ 동아리 회장이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한밭수목원과 대전권의 공원을 찾아가 나무를 공부하면서 조경 심화학습을 하고 있다. 나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서다. 그는 조경기사가 꿈이다. 조경기사 자격증은 주로 대기업에서 조경파트에 취업하거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대희 씨(2학년·조경 전공)는 요즘 뜨고 있는 숲 해설가나 숲 치료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도 숲 해설을 하려면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하다. 앞으로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숲 치료사의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지혜 씨(3학년·원예 전공)는 ‘플라워 디자인’ 멤버. 대학원에 다니는 선배로부터 어떻게 아름답게 꽃꽂이를 하는 지를 배우는 동아리. 매주 수요일 학교 온실에서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 꽃꽂이 실습을 한다. 얼마 전 그는 예산 국화시험장에서 직장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농업관련 연구원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중국에서 유학 온 가문초(賈文超·원예전공 3년) 씨는 “원예가 강한 이곳에서 3년째 공부를 하고 있다”며 “졸업 뒤에는 고향 하얼빈으로 돌아가 시설 원예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 분야는 다양하다. 에버랜드 등 대기업, 신젠타 등 글로벌 종자기업을 비롯해 비료회사, 종묘회사, 식물원 등이 손꼽힌다. 공무원이나 연구소, 농협 등으로의 진출도 눈에 띈다. 원예학과 설립 이후 35년간 농촌지도사나 연구사 등의 공무원을 82명이나 배출했다. 단일 학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올해 원예학 전공은 57.89%, 조경학은 52.83%다. 원예학 전공의 취업률은 2013년 동일계열 29개 대학 중 4위, 지난해는 7위를 차지했다.


원예조경학부는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지원 학생회장(3학년·원예 전공)은 “선배들이 취업 특강을 해줄 때가 많다. 지난 학기에는 육묘장 회사에 다니는 선배가 영업직에서 시작한 직장생활의 생생한 이야기를 해줘 진로결정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선배 35명은 의기투합해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1만 원씩 모아 후배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엘리스팜은 1980년대 졸업생이 만든 창업회사. 귀농귀촌을 위한 교육장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15년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 민 교수가 최근 충남도, 금산군 등과 함께 흑삼을 개발하는 회사는 산학협력의 모범사례. 성분 분석결과 흑삼은 홍삼보다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해외 공략부터 시작해 베트남에 2개 흑삼 판매점을 냈다.


출처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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